Scenovela
KO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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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한 뼘

“민규 씨, 일어나요!” 어깨를 흔들어도 민규는 깨지 않았다. 도하는 손을 멈췄다. 깨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잠든 민규의 귀 가까이 몸을 숙이고, 이 사람이 평생 듣기 싫어 도망쳐온 말을 골랐다.

“손, 닿았었죠.”

민규의 눈꺼풀이 떨렸다.

“멀어서 못 닿은 거 아니에요. 닿았는데— 무서워서, 놓은 거잖아요.”

민규가 눈을 떴다. 침대 발치를 본 그의 몸이 굳었다. 도하가 가리켜서가 아니라, 제 눈으로— 처음으로 그것을 보았다. 물에 불은 제 얼굴이, 제게 손을 뻗고 있었다.

민규
민규 ― 처음으로, 제 눈으로 보았다.

“…알아.” 민규의 입에서, 사흘 만에 다른 말이 나왔다. 울음에 가까웠다. “알았어. 나, 손 뻗었었어. 근데 걔가 내 손목을 잡는 순간— 같이 빠질까 봐, 놨어. 내가 놨어. 무서워서.”

“…미안해.” 민규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엔, 거두지 않고. “정말, 미안해. 내가 외면한 건 네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였어.”

그것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멈춰 있던 팔이, 아주 느리게, 남은 한 뼘을 마저 건넜다. 두 손이 닿았다. 산 자의 손과, 외면당한 순간의 손이.

도하는 숨을 죽이고 그 손을 보았다. 물에 불은 얼굴이 천천히 풀어지고 있었다. 원망도 공포도 아닌, 그저 오래 기다린 자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물이 마르듯 조용히 흩어졌다. 마지막에 한마디가 남았다. 후배의 것인지 민규의 것인지, 도하도 끝내 알 수 없었다. 이제, 그만 추워해도 돼.

민규와 그것
민규와 그것 ― 두 손이 닿았다.

세아는 온도계의 숫자가 천천히 18도로 올라가는 걸 멍하니 지켜봤다. 녹음기의 물소리도 어느새 멎어 있었다. 그녀의 손이 녹음기로 가더니, 처음으로 정지 버튼을 눌렀다. 더 기록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기록으로는 담기지 않는 걸 방금 제 눈으로 봐버려서.

“…이런 건.” 그녀가 작게 말했다. “논문 어디에도 안 나와.”

떠나기 전, 도하는 현관 앞에 쪼그려 앉았다. 다른 물 자국은 다 말라 사라졌는데, 손바닥만 한 한 조각만 끝까지 젖어 있었다. 그는 잠시 그것을 들여다보다, 말없이 떼어 손수건에 쌌다.

끝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도하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그는 자꾸 제 왼팔을 의식했다.

상담소로 돌아와 코트를 벗던 그의 손이 멈췄다. 왼팔의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기는커녕 더 짙어졌고, 손등으로 새 자국 하나가 번지고 있었다. 민규에게서 떠난 그 추위가 갈 곳을 잃고 자기에게로 옮겨온 것 같았다.

도하
도하 ― 보내준 게 아니라, 내가 받은 거 아니에요?

“해원하면 사라진다면서요.” 도하가 선생에게 물었다. “근데 왜 내가 더 무거워져요. 이거… 보내준 게 아니라, 내가 받은 거 아니에요?”

선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하가 손수건을 펴 그 마지막 한 조각을 내밀자, 노인의 눈이 거기에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굳었다.

도하도 따라 들여다봤다. 마르지 않던 물 조각 안에, 머리카락 한 올이 엉켜 있었다. 아주 가늘게, 매듭을 이루고.

“…이거, 이상한데요.” 도하가 매듭을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미련이 제 머리카락을 일부러 묶진 않잖아요. 풀려서 흩어지는 게 미련이지. 이건… 누가 손으로 묶어둔 거예요.”

선생은 한참을 그 한 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더니, 가벼이 단정하는 게 아니라 차마 인정하듯 입을 열었다.

“…이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야.” 선생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이 괴담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누가, 키운 거야.”

―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누가, 키운 거야.
―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누가, 키운 거야.

도하는 제 손등의 자국을 다시 내려다봤다. 그 위로 3화의 냄새가 겹쳐 올라왔다. 비 젖은 흙, 소독약. 사건 현장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나던 냄새.

“선생님.” 그가 천천히 물었다. “저, 7년 전에… 무슨 일 있었어요?”

선생의 눈이, 처음으로 도하를 피했다.

“그건—” 노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묻지 마라. 그것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