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ovela
KOEN
← 심야 괴담 상담소

4화. 0시까지 한 칸

도하는 그날 새벽, 물에 잠기는 꿈을 꿨다.

귀가 먹먹하고, 누군가의 손이 발목을 잡았다. 놓으라고 발버둥 쳤지만 손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숨을 못 쉬겠다고 생각한 순간, 도하는 눈을 떴다.

베개가 젖어 있었다. 땀인지 뭔지. 손을 들어 왼손목을 더듬다 멈췄다— 자국이 팔뚝까지 번져 있었다. 차가웠다. 살갗이 아니라 그 아래가 차가웠다. 그는 한참을 그 손목만 들여다봤다. 선생의 말이 옳았다. 씻기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였다.

도하
도하 ― 씻기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였다.

“그게 원하는 건 하나예요.” 그날 저녁, 상담소로 찾아온 세아에게 도하가 말했다. “‘들여보내 줘.’ 민규가 외면한 순간을— 인정받고 싶은 거예요. 닿고 싶은 거고. 근데 민규가 끝까지 안 본 채로 자정에 침실까지 닿으면—”

“닿으면?” 세아가 되물었다.

도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어젯밤 본 것을 머릿속에서 다시 맞춰보는 중이었다. 물 자국은 매일 현관에서 침실 쪽으로만 한 걸음씩 옮겨갔다. 그것이 흘리는 숨소리는 늘 같은 길이에서 끊겼다— 후배가 물속에 잠겨 있던 그 사오 분. 자국이 닿으려는 건 민규의 몸이 아니라, 민규가 멈춘 그 순간이었다.

“…그 한 걸음이 침실에 닿는 순간.” 도하가 천천히 말했다. “민규가 끝까지 외면한 채로 닿으면, 그 사오 분에 영영 갇히는 거예요. 후배가 잠겨 있던 그 물속에.”

세아는 팔짱을 꼈다.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반박할 데이터가, 이제 그녀에게 없었다.

“증명해 봐요.” 대신 그녀가 말했다. 도전이 아니라, 거의 간청이었다. “당신이 보는 거. 내가 믿을 수 있게, 숫자로.”

자정 십 분 전. 민규의 집.

민규는 안방에 누워 있었다. 도하가 어깨를 흔들어도 눈꺼풀조차 떨리지 않았다. 자기 전에 수면제 두 알을 삼키더라고, 민규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었다. 그 잠 속이 차라리 안전할 거라 믿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도하는 그 얼굴에서 손을 뗐다. 거실엔 도하와 세아, 그리고— 안방 문 앞 한 칸까지 와 선 그것.

세아는 빈 거실 한복판에 장비를 깔았다. 열화상, 온도계, 녹음기, 자기장 측정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이걸 돌리는 게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알아요?” 여전히 그것이 보이지 않는 그녀가 투덜댔다. “좌표만 불러요. 어디 있어요, 그게.”

“거기.” 도하가 안방 문 앞을 가리켰다. “문손잡이, 바로 앞.”

세아가 그쪽으로 장비를 돌린 순간—

온도계가 곤두박질쳤다. 18도에서, 4도. 3도. 세아는 그 숫자가 바뀌는 걸 눈으로 좇다가, 좇기를 멈췄다. 열화상 화면에 사람 형태의 검은 얼룩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녀는 화면을 끄지도,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들고만 있었다.

녹음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물 흐르는 소리. 그 아래, 누군가 숨을 참다 터뜨리는— 꼬르륵거리는 숨소리. 세아는 그 소리를 끄려고 손을 뻗었다가, 손가락을 버튼 위에 올린 채 멈췄다. 차마 누르지 못했다.

세아
세아 ― 이런 값은 나올 수가 없어.

“이거… 이거 아니야.”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으로. “이런 값은… 나올 수가 없어. 장비 오류일 거야. 그래야 해.”

“오류 아니에요.” 도하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지금 그게, 문손잡이를 잡았어요.”

자정 0시. 벨이 울렸다. 사흘 내내 울던 그 초인종이— 이번엔 집 안에서, 안방 문에서 울렸다.

그것이 문을 열고 있었다.

그것
그것 ― 그것이 문을 열고 있었다.

“민규 씨!” 도하가 안방으로 몸을 던졌다.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민규는 깨지 않았다. 발밑이 축축했다— 물 자국이 이미 침대 발치까지 와 있었다.

그것이 잠든 민규의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제 얼굴을, 제 얼굴에 겹치려는 듯이. 도하는 끌어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그것의 윤곽이 민규의 윤곽과 어긋나는 그 한 뼘이 보였다. 닿기 직전의 한 뼘. 손을 댄다고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하는 깨달았다. 민규를 깨우는 걸로는 안 된다. 민규가 스스로 그 한 뼘을 인정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