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네 이름이 뭐였더라
새벽같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열었더니, 모르는 여자애가 서 있었다. 검은 단발, 가슴엔 낡은 다이어리. 카디건 어깨가 비에 젖어 있었다. 그 애가 시우의 얼굴을 보더니, 천천히 표정이 무너졌다.
…저 알아보겠어요?
시우는 그 애를 빤히 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왜, 가슴이 이렇게 철렁할까.
…누구세요?
여자애의 눈이 빨갛게 차올랐다. 그런데 끝내 울지는 않았다. 대신 다이어리를 거칠게 펼쳐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페이지마다 글씨가 빼곡했다. 「하리. 작가님의 첫 독자. 6월 13일 새벽, 아래층 할머니 다리를 그림으로 고침. 6월 15일 밤, 같이 규칙 셋을 적음…」
제 이름은 하리예요. 어젯밤 그 마지막 칸― 그거, 누구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제가 그랬잖아요. 누굴 떠올리면서는 절대 그리지 말라고. 그 한 칸 값이, 저였던 거예요.
시우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누군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가슴 한복판이, 뻥 뚫린 것처럼 아팠다. 그 애가 울음을 삼키는 걸 보는 것만으로 눈에서 영문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머리는 잊었는데, 몸이 먼저 이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보고 싶었던 것 같지.
괜찮아요. 제가 다 적어뒀으니까. 작가님이 잊어도, 제가 기억할게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러니까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그날 밤, 창밖의 사람은 창문 바로 앞 가로등까지 와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비에 젖은 얼굴은 늙고, 텅 비었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시우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천천히 입을 벌렸다. 소리는 없었지만, 입 모양은 읽혔다. 어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