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마감
사흘 만에 온 메일은, 하필 정식 연재 제안이었다. 작은 플랫폼이었다. 그래도 시우가 몇 년을 바라온 거였다. 반려 메일만 쌓이던 메일함, 그 끝에 처음 온 ‘함께하고 싶다’는 한 줄. 조건은 단 하나― 사흘 안에 1화 완고. 하필, 펜을 서랍에 넣은 지 사흘째 되던 날에.
하지 마요. 안 그리기로 한 날 딱 맞춰서 온 제안이잖아요. 능력이… 작가님을 안 놓아주려고 미끼를 던지는 거면요?
하지만 이건 능력이 아니에요. 그냥 내 손으로 그리는 거예요. 진심이 안 담기면, 현실이 안 돼요. 마음을 비우고, 기계처럼 그리면 돼요. 이 한 번만. 딱 한 번만요.
…약속해요. 진심, 절대 담지 마요. 단 한 칸도. 누굴 떠올리면서는 더더욱요.
시우는 그렸다. 밤을 새워, 숨을 죽이고. 손은 움직이되 마음은 닫아걸었다. 감정이 차오르려 하면 펜을 멈추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 한 칸, 한 칸, 사무적으로.
완성. 세상은 출렁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됐다.” 해냈어. 능력에 잡아먹히지 않고, 내 힘으로. 그 웃음이 굳은 건, 마지막 컷을 다시 봤을 때였다. 독자에게 손을 흔드는 칸.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칸 구석에, 여자애 하나가 뒤돌아 서 있었다. 검은 단발. 가슴에 다이어리를 안은 채. 언제 그려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왜 그렸는지는 더 몰랐다. 그런데 그 한 칸만은― 마음을 다해 그려버렸다. 진짜로, 고마웠으니까.
세상이 한 번 크게 출렁였다. 가장 깊은 곳, 가장 따뜻한 자리에 있던 어떤 사람이 쑥 빠져나갔다. 이름이 뭐였더라. 매일 통화하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던. 나한테 화내고, 나를 적어주던… 누구였지.
그리고 세상이, 그 칸에 그려진 대로 맞춰졌다. 삼 년째 두 자릿수에 멈춰 있던 연재란의 숫자가 밤사이 네 자리를 넘겼다. 아직 올리지도 않은 1화였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한 칸이 진심이었으므로, 골목은 그 칸에 그려진 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읽는 사람들을. 몇 년을 바라온 것이 하룻밤에 왔다. 그리고 그를 유일하게 읽어준 사람이, 같은 밤에 나갔다.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두 글자가 떠 있었다. 저장된 이름이었다. 시우는 그 글자를, 끝내 읽어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