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ovela
KOEN
← 내가 그린 골목에 누군가 서 있었다

3화. 첫 번째 독자

답장을 쓰는 데 십 분이 걸렸다.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몇 번이나 멈칫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답은 빨랐다. 마치 화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우
시우 ― 어떻게 아셨어요.

작가님, 1화 후기 기억나세요? 어머니가 끓여준 라면 얘기, 꽤 길게 쓰셨잖아요.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난다고.

시우는 미간을 좁혔다. 후기? 라면? …무슨 소리지. 그런 걸 쓴 기억이 없었다.

어젯밤엔 분명 있었어요. 근데 오늘 새벽에 다시 보니까, 그 문단만 통째로 사라졌더라고요. 한 글자도 안 남고. 제가 캡처해 둔 걸 보여드릴게요.

곧이어 사진 한 장이 떴다. 어젯밤 캡처한 후기 화면. 거기엔 정말로, 라면이 어쩌고 하는 문단이 멀쩡히 박혀 있었다. 시우 자신의 문장으로. 떨리는 손으로 자기 후기 글을 열었다. 그 문단은― 없었다. 처음부터 쓴 적조차 없는 것처럼.

…뭐야 이거.

시우
시우 ― 한 글자도, 남지 않았다.

문제는 글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어머니가 라면을 끓여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의 부엌, 김 서린 창문, 그런 게 분명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마저 잠깐 흐려졌다 돌아왔다.

…당신 대체 누구예요.

저는 작가님 회차, 댓글, 후기까지 전부 캡처해서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요. 종이에다, 손으로요. 사라지는 게 싫어서요. 그래서 보여요. 작가님 글에서, 뭔가가 자꾸 한 줄씩 지워지고 있다는 거. …이상한 건, 지워진 게 작가님이 쓴 문장뿐이라는 거예요. 제가 옮겨 적은 건 멀쩡하고요.

하리
하리 ― 사라지는 게 싫어서요.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릴 때마다 가벼워지던 머릿속. 골목의 값이 어제 저녁 메뉴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어머니의 부엌이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통화 상대 하나. 라면 한 문단에 어머니의 부엌. 그게 전부 우연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그의 기억을 한 조각씩 소리도 없이 떼어 가고 있었다. 그가 그림 한 장을 완성할 때마다.

그 골목, 그린 다음에… 뭔가 잃지 않으셨어요?

시우는 답하지 못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답을 입 밖에 내는 게 무서워서였다. 인정하는 순간, 그게 진짜가 될 것 같아서. 대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책상을 봤다. 태블릿엔 아직 그 골목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새 캔버스 하나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저 혼자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다음 그림을 기다리는 것처럼.

― 다음 그림을 기다리듯.
― 다음 그림을 기다리듯.

시우는 그 깜빡임에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손이, 또 근질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