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식은 커피
커튼을 놓쳤다.
천 자락이 제자리로 떨어지며 골목을 가렸다.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우산도 없이 자기를 올려다보던 그 얼굴이 눈꺼풀 안쪽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을 벽에 붙어 있다가, 그는 겨우 커튼을 다시 들췄다.
골목은 없었다. 늘 보던 풍경이었다. 가로등 하나, 분리수거함, 옆 빌라의 불 꺼진 창. 비도 네온도, 그 사람도 없었다.
…꿈이었나.
아침은 거짓말처럼 평범하게 왔다. 태블릿을 깨우자―어젯밤 그 골목이, 빗줄기 하나까지 그대로 저장돼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제 저녁에 뭘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루의 한 귀퉁이가, 누가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비어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어젯밤 올린 회차에 댓글이 하나 달려 있었다.
작가님, 이 골목 저 알아요. 근데… 여기 원래 없는 골목이에요.
이 골목을, 그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막 꺼내 그린 골목이었다. 그런데 안다고? 없는 골목인 걸 안다고?
심장이 다시 빨라졌다. 그 옆에서, 작고 못된 충동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일까. 정말, 내가 그리면… 되는 걸까.
책상 위, 어젯밤의 식은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시우는 펜을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을―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따뜻한 게 마시고 싶었다.
컵에서 김이 올라왔다. 손끝으로 잔을 감쌌다. 뜨거웠다. 진짜였다. 웃음이 났고, 웃음 끝에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 머릿속 어딘가가 또 소리도 없이 비었다. 어제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검게 꺼진 모니터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낯설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휴대폰이 짧게 떨었다. 하리에게서 온 쪽지.
작가님, 혹시… 뭔가 자꾸 잊어버리고 있지 않아요?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을 봤다. 가로등 아래, 그 사람이 다시 서 있었다. 어젯밤보다―한 걸음,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