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새벽 세 시의 화실
새벽 세 시였다.
시우의 방은 모니터 불빛만으로 푸르게 잠겨 있었다. 책상 위엔 다 식은 커피와, 며칠째 채우지 못한 빈 원고 칸. 마감은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고, 그는 펜을 쥔 채로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한 컷도… 못 그렸어.
중얼거림은 빈방에 흩어졌다. 창밖으로는 잠들지 않은 도시의 불빛이 비처럼 번졌다. 그는 멍하니 그 빛을 바라보다, 거의 습관처럼 태블릿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건 어째선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비 내리는 좁은 골목. 젖은 아스팔트에 번지는 네온 간판.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빗줄기 하나하나, 간판의 글자 한 획까지. 마치 기억을 베끼는 것처럼 막힘이 없었다. 십 분이 지났을까, 화면 가득 낯선 골목 하나가 완성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 나 이런 거 그릴 줄 알았나.
피식 웃으며 저장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윙— 하고 길게 울었다.
화면엔 모르는 번호. 그리고 메시지 한 줄이 떠 있었다.
『방금 그린 골목, 창밖을 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장난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다. 그가 방금 무엇을 그렸는지, 이 방 안에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우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발소리조차 내기 싫어 까치발로, 창가로 다가갔다.
커튼을 젖혔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붉고 푸른 네온이 번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러나 십 분 전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바로 그 골목이.
익숙한 주택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떨리는 눈으로 골목 끝을 더듬던 그때― 가로등 아래, 누군가 서 있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고개를 들어― 정확히 그의 창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윙―. 다시 휴대폰이 울었다.
『이제, 네 차례야.』